잠실에서
초등학교 친구 계형이가 휴가를 나와서 오랜만에 잠실에 갔다
언제나처럼 포근해지는 내 마음의 고향이다
계형이가 보쌈을 사줘서 먹고 한강에 갔다
맥주를 사고 쥐포를 구워서 둔치 계단에 앉았다
얼마전에 내린 폭우 때문에 한강은 계단의 반을 삼켜버렸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고등학교때 이야기 하는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나의 뿌리같은 이야기들…
정말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
계형이와 내가 항상 동의하는건 잠실의 아이들이 너무나도 착했다는것이다
그곳에선 모두들 바르게 자라서 난 안양같은 환경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전학와서 느낀 충격은 어린 나에겐 감당하기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자애들에게 너무나도 서툴렀던 우리…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피어오르던 어설픈 사랑 느낌
뭉쳐 다니던 우리 사이에도 가끔씩 찾아오는 우정의 위기들
어린 시절에도 우린 우리들만의 세계에 충실했었다
세계의 균열은 나는 전학으로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고등학교 진학으로 생겨났다
우리세대는 최초의 장거리 뺑뺑이 세대이다
우리 선배때까진 잠신초등학교-잠신중학교-잠신고등학교는 대다수의 기본이었다
초등학교때 그래서 한반에 한두명있는 다른 중학교로 간 애들은 눈물을 흘렸고 중학교땐 정신여고같은 명문학교로 배정받는 소수는 기뻐하였다
그런데 우리 때부턴 아주 많은 학교로 나뉘게 되었다
아 우리에서 나는 전학갔기 때문에 제외이다
나는 비평준화 지역이었기 때문에 과천고에 시험봐서 골라갔다
어쨌든 친구들이 잠신 휘문 영동 현대 청담 등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접하는 색다른 환경은 그 이후의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어쨌든 우리들만의 상식이 깨어지고 다른 세계와 혼합된 아이들은 자기만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계형이를 만나면서 느낀점은 프리즘이 빚어내는 스펙트럼은 제각각이지만 빛은 하나라는 거다
누구도 새로운 사람이 되진 않았다 다만 많은 변화는 있었겠지만
계형이 역시도 많이도 변한 나에게서 낯선 느낌을 받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아이들 보고 싶다
하지만 내가 먼저 연락하고 만나고 할만한 에너지가 아직 없다
계형이가 제대하면 계형이와 함께 옛 친구들을 찾아가야 겠다
그들은 또다른 즐거움으로 날 반기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