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 샤갈

October 22nd, 2004 by 바람

미루고 미루던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에 갔다
7월부터 가려던 걸 결국 전시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갔다는게 그동안 얼마나 여유없이 시간을 허비했는지 반증해 준다
수업이 일찍 끝난 덕에 계획보다 일찍 학교를 출발했다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들어갔다
연인과 같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덕수궁 돌담길..부담없이 걸을수 있었다
오랜만에 오는 정동..거리미술전 비슷한 걸 하는지 길가엔 이거저것 구경거리가 많았다
힐끔힐끔 곁눈질로 넘기며 시립미술관으로 올라갔다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24살까지가 청소년이란다
어떤 기준에 의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난 이제 완연한 어른인가보다
만원이라는 내 미술관 역사상 최고의 거금을 주고 표를 사서 입구로 향했다
처음 나를 맞는 것은 샤갈의 생애에 대한 소개였다
전에는 그래도 샤갈에 대해 좀 알아보고 전시를 가려고 했었지만 무심히 흘려보낸 시간에 결국 그냥 가게 되었다
뭐 나쁘진 않다
블럭버스터급 전시라 할수 있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왔다
그래서 줄을서서 아주 느린속도로 이동하며 관람을 하게 되었다
그런건 처음이었는데 좀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전시도 돈이 된다는 걸 알고 더 많은 전시가 열리면 좋은 일
50만명정도 왔다고 하니 대단하다
꼬마애들도 많이 왔는데 그림들을 어찌 보호할지 궁금했다
유리액자에 넣는다면 말도 안될테고 그렇다고 그냥 전시했다가 무시무시한 초딩애가 긁어버리기라도 한다면 해외토픽에 나올것이구..
그래서 그림에 너무 가까이 접근을 못하게 턱을 설치해 놓았다
관람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는 정도에 턱을 설치하고 스텝들을 많이 배치해서 선 안쪽으로 들어가는걸 통제했다
암튼 미술관 특유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없었다
전시를 보니 왜 색채의 마술사라고 하는지 알수 있었다
그의 색채는 망막에 상처가 남지 않을까 할 정도로 강렬했다
그중에서도 푸른색과 빨간색을 다루는 솜씨는 마술사라고밖에는..
파랑이야 내가 워낙 좋아해서 그런다지만 샤갈을 통해 빨강에 매력을 느낄수 있었다
꿈꾸는 듯한 파랑이었다면 타버릴듯한 빨강이었다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연보라색 누드’라는 그림이었는데 누드만 해도 좋은데
특이하게 연보라색이어서 더 좋았다는 건 아니구
만약 직접본다면 누구나 그 강렬함을 잊을 수 없을것이다
회화는 입체다
누가 이런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했으면 내가 했다
그래서 인쇄물로는 도저히 알수가 없다
엉켜붙은 붙끝의 자욱까지 느낄수 있는건 역시나 직접 보는수 밖에 없다
강렬했던 유채화들과 달리 석판화는 좀더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아 그리구 샤갈은 닭과 말 매니아인가보다
그림 곳곳에 특히 수닭이 그려져 있었다
닭을 보고 있으니 왠지 캐나다에 간 내친구 닭개가 생각났다
나도 유명한 화가가 되면 닭개를 기리는 의미에서 닭과 개를 그림 곳곳에 그려놓아야겠다
2층과 3층의 전시실을 모두 돌고 3층의 아트샵에 가니 도록도 팔고 있었는데
거기에 프린트 된 그림들을 보니 역시나 직접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와 티비로 보는 차이라고 할까
그냥 가긴 아쉬워서 한번 더 쭉 훑어보고 2층 구석에서 조그맣게 하고 있는 천경자전에 갔다
첨 들어보는 이름에다 그냥 하길래 들어갔는데 아주 오래전에 우리학교 교수님이었다
50년대부터 70년대였나 암튼 아주 오래전에..
잘모르지만 얼추 적혀있는걸 보니 유명한 사람인듯 했다
첨엔 샤갈 작품을 보고 와서 그런지 왠지 별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볼수록 좋았다
샤갈과 천경자는 상하의 개념이 아니라 다름이니까..
내려와서는 1층에서 하고 있는 ‘한국의 평면회화, 어제와 오늘’전을 봤는데
이것 역시 기대 이상으로 대단했다
단색조 회화라는데 내가 좋아하는게 또 그런거 아니겠나
한가지 색의 미묘한 변화와 어느 재료를 쓰느냐와 어떻게 칠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느낌들
이것역시 회화는 입체라는 걸 극명히 보여준다
어떤 작품은 흰바탕에 빽빽히 흰점을 찍어놓았는데 이게 물감때문에 입체라서 흰바탕에 흰점이 보인다
또 다른 작품 중에 생산된 흰색이었나 그런 비슷한 이름의 모래같은 알갱이를 뿌려놓은 작품이 있었다
특이하게 조명을 정면에 설치해 놨는데 각도와 거리에 따라 반사되는 빛이 변화했다
여담으로 전시작가 3명 중 1명은 우리학교 출신이라 이거참 미술계는 홍대가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나와서 마지막으로 1층의 아트샵에 갔다
이것 저것 재밌는 물건들이 많았지만 가장 날 사로잡은 것은 이건만의 것들..
미술관을 나오니 벌써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길을 걸어내려오다 눈길을 끄는게 있었는데 궁중정통후식이었던가 하는 것이었다
무슨 실같은 것에 땅콩을 넣어서 파는 것이었는데 시식도 하는거 같아서 기다렸다
겨우 만원 만들어서 온거기 때문에 교통카드빼곤 완전히 거지 상태여서 더 끌렸다
아저씨 말로는 만육천어쩌구 가닥이라고 그래서 풋~ 세봤냐 하는 심정이었는데 아저씨가 직접 그 실같은걸 뽑기 시작했다
물엿과 꿀을 어찌어찌해서 만들었다는 동그란 엿같은걸 끄내더니 가운데 빵구 뚫고 조물락 거리더니 8가닥으로 분리 시켰다
그담부턴 그걸 꼬아서 뽑기 시작했는데 2배씩 늘어났다
그걸 보고 있자니 bit늘어나는게 생각나는게 역시 난 공대생인가보다
암튼 16384 즉 2의 14승으로 끝이났다 3만개가 되면 안된다구 했다
맛은 달지않아 괜찮았다
그 옆의 아저씨는 뽑기 엿같은걸로(국자에 녹여서 만드는 그런 뽑기가 아니라 잉어뽑구 하는 그 뽑기 엿) 동물모양 같은 걸 만들고 있었다
한문으로 중국전통 어쩌고 써있었는데 화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조금 구경하다 다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나왔다
시청근처에 간김에 시청앞 광장으로 갔다
명바기가 한짓이라 열심히 씹어대긴 했지만 아직 한번도 못 가봐서 가보고 싶었다
도심에 확 트인 공간과 잔디 참 좋았다
작지만 조명까지 있어 아름다운 분수도 있고..
하지만 명박이의 행태에는 분노를 느낀다
잔디도 좋지만 이곳은 빛의 광장이 되었어야 할 곳이다
잔디광장은 어느곳에나 있다 하지만 빛의 광장은 이곳이 아니면 없을 그런 곳이었는데..
에펠탑 대신 고층아파트 지은 셈이다
서울시가 공모전을 통해 뽑은것을 버리고 하이서울페스티벌에 맞춰서 그냥 잔디를 깔아 버리다니..
빛의 광장이 공모전에서 뽑혔을때 내심 기대했었는데 직접 와보니 더욱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하곤 조명도 잔디도 모두 좋았다
다만 잔디 한가운데서는 한 연인이 입을 맞추더니 내가 잔디광장을 횡단할때까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입술이 트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곳곳에 연인들이 달라붙어 있는 걸 보니 전시회도 혼자 보고 좀 쓸쓸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나는 원래 혼자놀기의 달인이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혼자 잘 논거 같다
담에 혼자놀기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같이도 많이 놀았지만 혼자도 많이 놀았다
아무래도 노는 시간이 워낙 많아서 그랬던 듯..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