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과 마에노

February 3rd, 2005 by 바람

안경을 써서 불편한 점이 한둘이겠냐만은 그 중 하나는 머리를 깎을때이다
내가 직접 깎는 것도 아닌데 왜 불편하냐고?
일단 머리를 깎기 전에 안경을 벗는다.. 그럼 다시 안경을 쓸때까지 내 머리의 상태를 볼수 없기 때문이다
즉 나와 미용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양영자 현정화 복식조마냥 완벽히 이루어졌냐는 것은 이발이 끝나고 안경을 다시 썼을때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엔 안보이는 눈으로나마 까만건 머리고 살색은 얼굴이겠지라며 보고 있었는데 언젠가 알게 되었다. 안보이는 거 억지로 볼라다보면 인상이 험악해진다는 것을…
찌푸린 얼굴로 내 머리를 보고 있는게(사실 보이지도 않지만) 미용사에게 네덜란드 토탈사커같은 압박을 줄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이후론 내 머릴 보는 걸 포기하고 눈을 풀었다. 그런데 눈을 풀다보니 이거 매직아이도 아니고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있기도 눈시리고 해서 그냥 눈을 감고 있는다
가끔 소심하신 혹은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하는 미용사님께선 중간에 안경을 직접 씌워 주시면서 이정도면 됐냐 더 짧게 짜르냐 하고 물어보시기도 하신다. 하지만 짜르는 걸 쭉 봐온게 아니라 갑자기 봐서는 바른 판단을 하긴 힘들긴 하다
아무튼 이번에 머리를 자르는데 방학동안 정리를 안해서 지저분하고 폐인 분위기가 나는 머리를 단정하게 짜름으로서 밝아오는 아니 밝은지 좀 된 2005년에 대한 마음가짐도 바르게 하고 향학열로 불타오르는 머리를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하려고 ‘깔끔하게 스포츠보다 조금 길게 짧게 짤라 주시고 옆머리는 짧게 밀지 마세요’ 머리를 주문했다. 하지만 어디서 커뮤니케이션이 잘못 되었는지.. 아님 내가 아저씨로 보였는지(설마 고등학생으로 보여서 그러진 않았을테니) 아저씨 혹은 고등학생(아니다 나 고등학교땐 상고머리가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아닐테니 고등학생머리는 아니겠다) 머리처럼 옆에 바싹 밀었다. 물론 하얗게 밀어버리거나 구렛나루를 일자로 짤라버리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이나중탁구부의 마에노 머리가 되었다
흠 내가 이나중탁구부의 팬이 아니었다면 굉장히 슬펐겠지만 한때 학교에서 이나중 섹시코만도부를 만든다며 스스로 마에노역을 자청했었던 과거로 인해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아무튼 안보이는 상태로 머리를 자르는거.. 상당히 불편하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