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열며

January 24th, 2006 by 바람

이 블로그를 열었던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곳은 ‘정식’이란 이름표를 달지 못하고 ‘임시’인 채로 남아있다. 무엇이 날 그렇게 망설이게 했던 것일까.. 닫힌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지 못하고 뒷문만을 열어 놓고 기웃거렸을까..
처음엔 단순한 툴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옛날 홈페이지의 게시판의 글만 옮기면 내 홈페이지는 블로그로 바뀐다고 여겼다. 그때 글을 자동으로 옮겼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리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옮기기로 결정했다. 별 의미없는 글은 버리고 틀린 맞춤법을 고치고.. 첫 고민은 욕설과 과격한 표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것이었다. 되도록 수정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오해를 살만한 욕설이나 표현들은 수정했다. 그 다음 문제는 실명의 문제이다. 친구의 옛애인 또 아르바이트 했던 가게 이름 같은 것들이 검색엔진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그것도 수정했다. 아무래도 블로그는 사적인(private) 게시판과는 다른 공적인(public) 느낌이 들어서 였다.
이런것들을 수정하며 꽤 오랜시간에 걸쳐 블로그에 옮기다보니 결국 정체성 문제로까지 고민이 번졌다. 블로그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 중 하나인 ’1인미디어’. 미디어란 말.. 나에게는 부담이었다. 나는 미디어가 아니라 일기장을 만드려 했었으니까. 소소한 나의 이야기를 쓰되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말리지 않는 공개일기장 정도. 일기장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으려 한 게 아니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을 생각도 없어서 예전 일기장에는 리플도 허용을 안했었다. 그래서 막상 블로그에 일기를 쓰려니 예전처럼 쓸 수가 없었다. 블로그의 글은 원고지에 쓰는(write) 게 아니라 책으로 출판(publish)이기 때문에 이것저것들이 신경쓰였고 보려면 와서 봐라에서 RSS로 배달해 드립니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블로그에 어떤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없지만 미디어라는 개념때문에 읽을 만한 글을 써야 하지 않은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블로그를 보면 가장 많은 건 두종류인거 같다. 일단 가입형 블로그에 많은 온통 퍼온 글로 가득찬 블로그.. 스크랩북으로 나름데로 의의는 있겠지만.. 또 한종류는 설치형블로그에 많은 미디어적인 블로그.. 설치형 블로그를 깐 사람은 어느정도 웹과 블로깅툴에 관심과 전문지식이 있다보니 대부분의 포스트가 웹과 블로깅툴에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미디어적인 성격이 강하고 이성적이고 유용한 정보가 많다. 그런데 둘 모두 블로그를 봐도 그사람을 알수가 없다. 나는 나를 보여주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둘다 방향이 다르다. 내가 쓰려는 글은 유익한 내용은 없지만 내 감성으로 썼기 때문에 나를 알수 있는 그런 글이 될 것이다.
이젠 더이상 고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었던 이유를 생각한다.
자유롭게 쓸 것이다. 바람처럼..

2 Responses to “블로그를 열며”

  1. she Says:

    전 처음에 그, 혹은 그녀라고 쓰면서 저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내려갔지요. 그러나 싸이든 블로그든 어디에든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은 너무 많이 위험해진 것 같아요. 요즘 블로거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그런 부분에 많이 겁나고 많이 숨게 됩니다. -_-; 이러려고 만든 건 아닌데…..

  2. 바람 Says:

    회사나 툴 혹은 글을 쓰는 커뮤니티에 대한 종속성을 없애려고 홈페이지로 독립하긴 했는데 그런 종속성을 빼고 나면 내가 원했던 곳은 오히려 미니홈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가끔씩 리퍼러 확인해서 검색 내용상 위험한것들은 수정하곤 하지요(예를 들면 교수님 이름 같은거^^)
    아무튼 앞으로 RSS로 구독할 필요가 없는 쓸모없는 글들로 가득 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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