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나
October 16th, 2007 by 바람
“소란 녀석은 말이지.. 송아지때 자기보다 큰 나무에 묶어놓으면 처음엔 이리 저리 힘을 써보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포기하게 되. 황소가 되어서는 이미 말뚝을 뽑을 수 있음에도 지레 포기해 버리지.”
오달수가 주연한 연극 코끼리와 나의 1부 끝에 나오는 말이다. 처음엔 코끼리 흑산이도 코뚜레를 한 끈을 부여잡고 있는 쌍달이의 힘과 오기에 묶여있었다. ‘나 쌍달이가 네 말뚝이다’라고 외치는 쌍달의 말처럼. 하지만 이미 코뚜레를 풀어주었음에도 흑산의 말뚝은 여전히 쌍달이다. 제주도에서 도망치려던 쌍달을 붙잡는 것도 흑산이라는 말뚝이다. 보이는 끈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그들에겐 사랑이라는 끈이 서로를 말뚝으로 만들고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말뚝이다. 사랑은 결코 사람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복이가 제주도를 떠나지 못한 것도 사랑 때문이고 옥화가 부모님의 원수를 갚지 않고 죽게 된 것도 사랑 때문이다. 사랑이란 건 질투가 많아 결코 모든 것을 가지게 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끔 한다.
그토록 사람들을 얽매이게 하지만 다들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하게 되는 건 쌍달이 흑산에게 한 말과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너랑 있으면 난 꼭 임금님이 된것만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