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이가 학교에 와서 같이 당구장에 갔다
사실 나는 당구는 안 치지만 심심해 하는거 같아서 갔다
며칠전에 기정이와 당구를 한번 쳤는데 그게 몇년만에 치는 당구인지 까마득하다
당구를 처음 친 건 고등학교 때였다
주후 칼발 두영이와 학교 근처의 음… 당구장 이름은 까먹었다
거기서 포켓볼을 쳤다
그렇게 좀 치다가 당구에 맛을 들인 놈들은 4구로 옮겨가구
난 그만 쳤다… 사실 너무 비싸서 T.T
그 이후에도 가끔 포켓을 치거나 더 아주 가끔 4구를 쳤다
재수때 덕기와 동원독서실을 다니면서 거의 망한 내 재수 생활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입신양명해보겠다고 다짐하던 수능 한달전…두영이까지 독서실로 와 버렸다
두영이는 오락실과 당구장으로 우릴 꼬드겼다
그때까지 주로 독서실 옥상에서 목숨과 담배 몇천보루 정도씩 걸구 내기 토론하거나 노래방에서 드라마를 보며 공부하던 나와 덕기로서는 당황했지만 결국 당구장에 가게 되었다
덕기는 변했어를 연발하며 공부하는 척하다가 결국 몇시간만에 안 변했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서 셋이 사구를 치는데 나와 덕기는 뭐 거의 못치구 두영이는 어디서 어설프게 배워왔다
나름대루 가르쳐 준다며 두영이는 ‘오씨’를 가르쳐 줬다
하지만 두영이가 가르쳐 준데루 쳐도 공은 딴데루 가서 두영이에게 사기치지 말라구 항의했었다
그 이후로 두영이가 오씨로 치면 맞는다구 해도 절대 거부했다
그러다 정말 맞나 쳐보면 항상 안맞구…
암튼 그런 ‘오씨’에 관한 추억이 있다
그 이후에도 상기나 종열이처럼 당구를 치는 넘들이랑 가끔 당구장에 가긴 했지만 그넘들이 자꾸 이렇게 쳐라 저렇게 쳐라 말해서 재미없었다
그냥 내 좆대루 치는게 안 맞아두 더 나은거 같다
아무튼 거의 당구장을 안가서 30인 내 당구 실력…
그런데 빌어먹을 ‘오씨’때문에 조금 오해를 받는다
30이 무슨 오씨에 씨끼를 치냐구…
내가 당구에서 배운건 딱 두개다 오씨와 씨끼…
학구나 우라 이런거 다 모른다…
그런데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다
30이기 때문에 금방빼구 할일 없이 있는데
건너편에 여자애 하나가 보였다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남자친구가 친구와 당구를 치고 있는 걸 구경하나 보다
당구도 안치는 여자애가 당구치는 거 구경하는 건 거의 고문에 가까운데 조금도 지루해 하질 않는다
당구치느라 남자애가 말을 걸지두 않구 그렇다구 당구치는게 구경꺼리두 아닌데 너무 즐거워 한다
순간 득도를 했다
고등학교 때였나…누군가에게 들은 게 떠오른다
300이하 맛세이 금지…아 이게 아니다
당구장의 암적인 존재 똥매너…아 이것두 아니다
당구에도 우주의 이치가 있고 당구를 치다보면 도에 다다를 수 있다는 개구라틱한 말…바로 그것이다
많이 헤깔리는 것…많이 좋아하는 것과 사랑의 차이…
사랑한다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안해도 보고만 있어도 좋은 건가 보다
뭐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것…
무언가를 하는 게 좋은게 아니라 어떤 모습이 좋은게 아닌 그냥 이유없이 좋은 그런…
사랑은 역시 어렵다
그래서 여지껏 학점 한번 못받구 재수강만 몇년 째인지…
이제 그냥 드롭시켜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