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pril, 2004

Thursday, April 29th, 2004

또 일기를 잘 안쓰고 있다
사실 무언가를 미친듯이 쓰고 싶었던 때는 지났다
사람이 무언가를 미친듯이 쓰고 싶어질 때는 그마져도 쓸 힘이 없을 때인가보다
물론 지금도 머리속엔 이야기 거리들이 있지만 쓰기 보다는 읽거나 보는데 시간을 쓰고 싶어진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보려고 했던 책들속에 압도 당해버렸다
도서관만큼 날 겸손하게 하게 하고 시간에 집착하게 만드는 곳은 없다
늘 도서관에 서면 그동안 버려버린 시간들에 깊은 후회가 든다
읽으려고 했던 책들만 해도 20대를 다 써도 못 읽을듯 싶고
오늘도 좋은 책들은 쏟아져 나온다
나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내가 책을 많이 읽었을 거라는 것이다
사실 별로 많이 읽은 축에도 속하지도 못한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어 줘서 평균보다는 조금 많지 않을까 싶다
나름데로 책을 많이 읽었던 적은 초등학교 때까지가 아닐까 싶다
중학교때나 고등학교때는 그냥 멍하니 보낸 시간이 많다
즐거웠던 내 삶 속에 후회하는 시간들은 놀았던 시간이 아니라 재미있게 놀지조차 못하고 멍하니 보내버린 시간들이다
그 태반은 놀 건수가 안잡힌 탓에 자율학습 시간에 멍하니 창밖만 쳐다보거나 낙서나 끄적이던 그런 시간이다
암튼 재수때부터 읽던 일본문학들은 대학때까지 이어졌지만 아직도 끝을 보지 못했다
물론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끝이 있는건 아니지만 ‘이제 일본문학은 됐어’랄 만큼 읽지 못했다는 뜻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아사다 지로. 시바 료타로. 야마오카 소하치. 요시모토 바나나. 가네시로 카즈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와타나베 준이치. 요시카와 에이치. 시오노 나나미. 오에 겐자부로. 유미리. 에쿠니 카오리. 츠지 히토나리 등등…
기왕 읽던거 일본 문학을 어느정도 만족할때까지 읽고 다른 쪽으로 넘어가려 했건만 게으름으로 인해 아직 채 반도 못 읽은거 같다
뭐 중간 중간 다른 것들도 읽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3권을 읽으면 그중 2권은 일본문학이다
하루키는 최근 들어 다시 읽고 싶어진다
나는 상실이란걸 모르고 살았지만 이젠 알거 같다
그래서 다시금 하루키가 그리워 지는 것이다
제대하고 나서는 반복되고 건조한 일상의 지루함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군대가기 전엔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를 읽으면서 일상에 대해 어렴풋이 느꼈지만 그것은 경험으로가 아닌 상상으로 느낀 것이었다
그전까진 일상도 지루함도 나에겐 없었으니깐
하지만 지금은 왜 현대소설이 일상. 소외. 상실 같은 주제에 집착하는지 알 것 같다
전에 읽었던 책들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느낌이 들겠지…
고등학교때 자율학습 시간에 빈둥거리다 떨어져 있는 ‘폭풍의 언덕’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폭풍의 언덕’같은 경우는 어렸을땐 내가 가장 재미없게 읽었던 류의 소설이었는데 고등학교때는 너무 재밌게 읽었다
그때부터 어린이가 어려운 고전을 읽는것에 대해 반대하게 되었다
읽어봤자 아무 도움도 안된다
책을 읽는건 시기가 있어서 어렸을때 어줍잖게 읽었던 것들은 다 소용이 없다
초딩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아니다 초딩은 좀 무시당해도 된다
초딩이 ‘상실의 시대’를 읽어봤자 야설밖에 더 되겠냐 이거다
초딩때는 초딩에 맞는 책을 읽고 중딩땐 중딩에 맞는 책을 읽는게 여러모로 좋은 듯 싶다
아직도 내공이 많이 부족해서 순문학쪽은 꺼리고 있다
읽어봤자 이해도 못하고 그저 읽었다는 타이틀만 따는게 아닐까 걱정되서다
장정일 같은 경우도 재수때 다 읽었는데 ‘아담이 눈뜰때’를 빼곤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담이 눈뜰때’는 참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햄버거에 관한 명상’ 같은 시집이나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같은 경우는 줄거리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어느 작품이었는지 은행원이었나(장정일 소설에 은행원은 자주 등장했더듯 싶지만) 암튼 그 사람의 꿈이 공무원이 되어서 5시에 퇴근해서 방에서 책이나 읽으며 사는 거였는데 그게 장정일의 바라는 삶인가 싶었던 게 기억이 나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직업 중 하나라 생각했던 공무원도 그런식이면 과히 나쁘진 않겠군 하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베스트셀러를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군대에 있을 때였다
생각할수록 시간 아까운 군대 생활이었지만 나름데로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볼까 해서 밤낮으로 책을 읽었다
이등병 일병때는 편지를 많이 썼지만 상병때부턴 편지도 안와서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군대 있을땐 항상 몸을 혹사했다
밤에도 잠을 아껴 책을 읽다가 수면부족이 쌓이면 몰아서 자구 다시 읽고 그런 생활이었다
잡지나 시집을 빼고 100권정도 읽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많이 읽게 된것은 고참이나 동기 중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 있어서 베스트셀러를 사왔기 때문이다
나는 도서관에도 아직 볼 책이 쌓여있는데 굳이 책방에서 돈주고 빌려보는 걸 꺼렸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는 거진 못 봤었다
그러다 군대에서 베스트셀러를 읽게 된 것이다
음 쓰다보니 책을 많이 읽은거처럼 쓴거 같은데 책을 많이 읽었다 싶은 놈은 김천호 같은 놈이다
김천호빵맨이 고등학교때 마해영을 ‘걸어다니는 도서관’이라 평했으니 김천호도 마해영한테는 못 미쳤나 보다
마해영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간 놈인데 본명은 까먹었다
마해영의 소식 중 마지막은 김도회를 통해 들었는데 98년인가 99년이었나 박강을 주연으로 외계인에 관한 단편영화를 찍었다는 거다
박강은 아톰이 ‘박강 바캉스가자’라고 칠판에 적어서 삐졌다고 하는데 만능 스포츠맨이고 안산에 산다
안산에는 이준억과 은디기도 사는데 은디기는 병태 임용과 함께 언어장애클럽 삼인방이다

집에 오는길에..

Tuesday, April 27th, 2004

두영이를 만났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다 우연히 만났다

녀석 제대하기 얼마전에 휴가나와서 만나고 몇달동안 안 봤다

못 본건 아니고 안 본거다 보려고 했으면 쉽게 봤겠지만

굳이 서로 보려고 하질 않아서 제대하고 보는 건 처음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좀 반가울랑 말랑해서

집에 가던 발걸음을 돌려 녀석을 끌고 술 한잔 했다

우리는 예전처럼 늘 함께 다니지 않는다

매일 만나서 이야기 하지도 않고 안부 전화같은건 더더욱 안한다

10년 뒤에 만나도 어제 만난것처럼 어색하지 않을 친구

이 친구가 두영이다

… 사진은 01년 크리스마스 여행

HiStoRy

Sunday, April 25th, 2004

오랬동안 버려두었던 이곳을 다시 찾았다…
그냥 다시 돌아오기 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던 것인가…새로 홈을 꾸몄다
이번 주제는 history이다
저번 홈은 My..(我)였다
전의 홈이 My와 About 두개의 주제로 기획했던 것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결국 About은 빼고 My만으로 연 것이다
원래 About에는 영화 음악 책 공연 등등에 관한 나의 단상을 풀어놓으려 했었다
My는 나에 관한 것들… 나를 표현하고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끈과 같은 그런 곳이다
어느 정도는 날 보여준거 같다. 이 지독히도 굳게 닫힌 나를…
프리챌의 새벽 커뮤니티에 주로 글을 썼었는데 그곳에 갇히기가 싫어서 만들었던 것이다
일단 새벽의 틀에 갇힌다… 새벽 사람들이 읽을 것이기 때문에 그걸 감안하고 써야 하는게 싫었다
그리고 프리챌이란 틀에 갇힌다… 새벽 커뮤니티가 지금 싸이월드로 옮겨오면서 예전 글들이 버려졌듯이 어쩔수 없는 그런게 싫었다
결국 온전히 나의 것인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만 보는 것이니까 누구도 상관 없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그런 곳…
올해에는 편하다는 이유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했었지만 내것이 아닌 곳에선 마음 편히 쓸수가 없다
그래서 오랬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 나에겐 생각보다 소중했던것 같다
얼마전에 무라카미 류의 ‘라인’을 읽었다
소통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누군가와 대화를 잘 하지 않는 나에게는 쓴다는 것이 ‘라인’ 이었던 것 같다
나 혼자만 보는 글이 아니라는 건 양날의 칼이다
솔직하지 못한 글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HiStoRy는 history이기도 하고 his story이기도 하다
나의 역사인 동시에 이야기다
story of..는 프로필 이랄까 가장 나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될 것이다
my story는 내 일기다
your story는 남의 글 중 좋은 것들을 가져올 곳이다
책일수도 있고 기사일수도 있고 칼럼일수도 있고 내 친구의 이야기일수도 있는 아무튼 내 것이 아니지만 갇고 싶은 그런 글들이다
수많은 글들 속에 스쳐지나다 보면 놓히고 싶지 않은 글들이 많았고 그것을 담을 공간이 필요했기때문에 만든 것이다
his story는 예전에 썼던 글이나 다른 곳에 쓴 글 그리고 일기가 아닌 글들이 들어갈 곳이다
정신과 육체 모두 여유가 되면 소설도 써볼 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history인 동시에 his story인 것이다
digital story는 자료실이고
free story는 방명록이다
linkin’ story는 링크다
메뉴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story 즉 이야기가 중요하다
여기는 이야기 하는 곳이니까…

최대한 저비용 고효율로 제작하려고 했다
괜히 일 크게 벌여봤자 결국 좀 지나면 흥미를 잃을 나인걸 아니까
그래서 욕심을 최대한 버렸다
전의 홈은 욕심이 커서 그레이톤에 너무많은 원색을 섞어 버렸다
게다가 폰트도 너무 다양하게 썼고…
이번엔 색깔에 대한 욕심도 글씨에 대한 욕심도 없애고
최대한 단순하고 균일한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전체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블루톤이고 흰색을 바탕으로 해서 여백의 깔끔함을 추구했다
생각했던것보다 더 썰렁해서 너무 단순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홈페이지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중요한 건 컨텐츠니까…

이제 다시 바람의 노래를 듣고 그걸 적어나갈 것이다